[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과산화수소는 물에 희석하여 상처를 치료하는 소독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반도체의 불순물 제거, 폐수 처리제 등 친환경 산화제로 산업 전반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생산 공정에서 독성 물질(안트라퀴논계)이 사용되고, 대규모의 설비가 필요해 제한된 장소에서만 생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팔라듐(Pd) 촉매를 이용하여 수소(H2)와 산소(O2)를 반응시켜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이 과정에 과산화수소(H2O2)보다 물(H2O)이 더 많이 형성돼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어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계산과학연구센터 한상수, 김동훈 박사,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이승용 박사, 고려대학교(고려대)이관영 교수 공동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산화수소 생산용 백금-금 합금 촉매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촉매를 사용하면 팔라듐 촉매를 사용할 경우 30~40%에 불과했던 과산화수소 선택성을 95%까지 올려 물은 소량만 생산하고 대부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KIST-고려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원소 조합에 의해 발현되는 물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론적으로 예측하는 방법을 통해 연구한 결과, 기존의 팔라듐을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백금(Pt)-금(Au) 합금계 나노입자 촉매를 개발했다.
본래 백금과 금은 서로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둘을 합쳐 촉매를 제작하기 어려웠는데 연구진은 합금을 형성하지 않는 백금과 금을 각각 원소의 전구체를 섞은 후 환원시켜 강제로 합금 형태의 나노입자를 성공적으로 합성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백금과 금의 전구체 양을 조절해 입자의 함량을 제어할 수도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를 활용하면 수소 가스와 산소 가스를 수용액에 주입하기만 하면 어디에서나 대형설비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팔라듐 촉매와 달리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상온(10˚C), 상압(1기압) 조건에서도 최대 95%까지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8시간 이상의 촉매 반응에도 백금-금 합금 형태가 잘 유지되면서 생산 능력에 저하도 없는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반적인 소재 분석 기술로는 알기 힘든 백금-금 합금계 나노입자의 결정 구조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더 나아가 금의 함량이 증가함에 따른 과산화수소 생산 능력의 변화를 원자 수준에서 예측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함께 제시했다.
KIST 한상수 센터장은 “개발된 기술은 장소의 제약 없는 친환경 과산화수소 생산 기술로, 팔라듐 촉매의 한계인 낮은 선택성을 극복하여 상용화를 대폭 앞당겼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라며 “시행착오를 통해 연구해 나가는 분야인 촉매 소재 개발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저널인 ‘Acta Materialia’(IF: 7.656, JCR 분야 상위 0.633%) 최신 호에 게재됐다.
과산화수소, 촉매, 직접합성, DFT, 한상수, 김동훈, 이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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